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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민간 오케스트라의 서울 공연은 쉬운 게 아닙니다. 대관도 까다롭고 자금 조달도 만만치 않아요. 그런 점에서 내달 공연은 가슴 벅찹니다."

내년 1월 2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신년음악회를 여는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BSO) 오충근 수석지휘자(고신대 교수·53·사진). 서울대 음대를 나와 미국 보스턴에서 공부했고 KBS교향악단 단원을 거쳐 부산시립교향악단 최연소 악장을 지냈던 그는 바이올린 연주자 출신이다. 미국 유학 당시 지휘 공부를 하긴 했지만 평소 지휘자를 꿈꾼 건 아니었다. 대학 강단에서 교내 오케스트라를 지도하던 중 이 학생들 대부분이 졸업 후 갈 만한 악단이 없어 음악을 관두는 걸 보면서 지역 민간 오케스트라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를 필두로 부산 지역 음악대학 교수들이 힘을 모아 1993년 창단해 소규모 체임버 악단 형태로 있던 BSO의 규모를 키우기 시작한 게 2000년 무렵의 일이다. "BSO는 창단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올해로 20년 된 악단입니다. 본격 악단의 형태를 갖춘 게 12∼13년 됐고요. 정통 클래식만을 표방해온 것이 경쟁력이죠. 다른 장르를 곁눈질하지 않고 묵묵히 한길만 달려왔어요." 오 교수는 "사실 이걸 지키는 게 쉽지 않았다"며 "대부분의 음악회가 클래식과 다른 장르를 섞어주길 원했다. 결국 화해가 안 되는 음악회는 깨끗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BSO는 라흐마니노프 등 한 작곡가의 작품을 2∼3년에 걸쳐 시리즈로 올리며 집중도를 높이기도 하고, 굵직한 테마로 해마다 한결같은 무대를 선보이기도 한다. 부산 BN그룹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기업사랑 음악회'는 올해로 6년, 경남지역 3개 도시 투어 콘서트 '더 클래식 경남'은 올해 3년째 계속 이어졌다.

부산·경남 일대에서 꾸준히 연주 활동을 펼치며 명성을 쌓아온 오 교수는 지난 2005년 일본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부산 초청 공연 때 지휘를 맡기도 했고 이듬해엔 도쿄에서 이 악단을 다시 한번 지휘하면서 유명세를 치렀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방 오케스트라가 겪는 재정적 어려움에서 BSO도 예외는 아니다. 오 교수는 "정부, 지자체의 지원금을 지역 민간 오케스트라가 따내기까지 길은 험난하다. 서류 통과도 쉽지 않을 때가 많다"고 했다. 오 교수는 그럴수록 화려한 청사진을 세밀하게 그려 기업과 정부의 높은 벽을 두드린다.

그는 부산, 대만, 일본, 러시아 항구도시의 민간 오케스트라를 잇는 아시아 포트 시리즈를 구상 중인 한편, 한국의 음률을 살린 한국적 현대곡을 통해 '코리안 웨이브'를 실현시킬 꿈도 꾼다. "대만 작곡가에게 BSO 초연곡으로 첼로와 해금 협주곡을 의뢰한 게 있습니다. 내년 봄 연주될 겁니다. 한국 작곡가들의 창작곡도 앞으로 많이 연주할 겁니다. 이를 묶어 BSO 첫 음반으로 낼 생각입니다."

내년 서울서 펼쳐질 신년음악회는 이 야심만만한 BSO의 기질과 강단을 확인해볼 수 있는 무대가 될 것 같다.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돈후안'으로 시작해 왁스만의 '카르멘 환상곡', 도니제티의 인기 오페라에 이어 부산 작곡가 하순봉의 교향시 '부산기질'을 들려준다. 부산 출신 실력파 성악가 박은주(소프라노)와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원이 협연에 나선다. 2만∼5만원. 1544-1555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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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4 10:46 2013/12/2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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