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정치의 세계는 다르다. 이날 콘서트도 순수한 음악 행사로 열렸다. 그러나 ‘8.15’의 특별한 날이었던 만큼, 같은 날 똑같은 연미복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한국 지휘자와 일본 지도자의 행동이 극명하게 대비될 수 밖에 없었다. 음악이나 정치나 지도자에 대한 호칭만 다를 뿐 통하는 원리는 비슷하다. 명지휘자는 다양한 악기, 수십명의 연주자들이 조화를 이루도록 해 아름다운 화음을 엮어 낸다. 명지도자는 사회의 다양한 이해와 갈등 요소들을 조정해 살기편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간다. 지휘자나 지도자나 모두 지휘봉을 잘못 휘둘렀을 경우 듣기 거북한 불협화음을 낳는다. 고이즈미 총리의 이날 행보가 그랬다.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으로서는 종전기념일인 15일 이른 아침 도쿄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연미복을 차려입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한국과 중국의 반발이 있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참배에 나선 것이다. “언제 참배를 하더라도 비난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가장 적절한 날을 골라 참배를 했다”고항변했다. 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않고 평화가 계속되길 기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의 이날 참배는 일본내 양식있는 인사들은 물론 주변국들의 강력한 비난을 샀다.과거 일제가 저지른 수많은 만행들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는 인접국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 갈등과 불안을 조장하면서 평화가 유지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않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날 저녁 야스쿠니에서 멀지않은 곳에 위치한 도쿄예술극장에서는 도쿄필하모니교향악단의 ‘하트풀 콘서트’가 열렸다. 도쿄필이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해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시작한 뒤 올해로 17회째를 맞는 연주회다.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인 오충근 고신대 교수는 일본인만 300만명의 인명피해를 낸 전쟁이 종식된 날, 일본인 관객들에게 감동의 멜로디를 선물했다. 공식 연주가 끝난 뒤 장내가 떠나갈 듯 터져나오는 박수에 보답하기위해 앵콜도 두곡이나 선사했다.고이즈미 총리와 똑같은 연미복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것이다. 콘서트가열린 극장 메인홀은 1천999석이 관객들로 빈틈없이 메워졌다. 특히, 북한 작곡가 최성환이 편곡한 아리랑이 앵콜곡으로 울려퍼졌을 때는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북한 작곡가가 편곡한 곡을, 남한 지휘자가 지휘하고, 일본 교향악단이 연주해 콘서트를 더욱 뜻깊게 한다는 사회자의 설명을 들은 터였다.

    사회를 맡은 일본의 유명 여류 연예인이자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친선대사로 23년째 활약하고 있는 구로야나기 데쓰코씨도 이날의 특별한 의미를 여러차례 강조했다. 61년전 전쟁이 막을 내린 특별한 날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는 당부였다. 야스쿠니 신사와 도쿄예술극장은 지하철로 6정거장 떨어져 있다. 택시로도 길만 안막히면 10여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두 장소에서 두 연미복을 입은 신사가 펼친 행사를 보면서 평화의 의미를 음미해본다.

출처: spaceworldcenter

2007/01/22 11:22 2007/01/2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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